환자를 위해 준비한 불결한 실내화, 어떡하나
수십 년간 피워오던 담배를 끊자마자 함께 사라진 것이 무좀이었습니다. 사라진 듯 하다가 재발하기를 반복하는 지긋지긋한 무좀, 이 녀석을 달고 살아온 세월이 그러고 보니 담배를 피운 기간과 비슷합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체질을 갖고 있기에 다를 수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금연과 동시에 무좀이 감쪽같이 사라진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게 떨어져 나간 무좀은 가장 최근까지 무려 3년 동안 얼씬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부터 발바닥이 슬슬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물집이 앉아버렸습니다. 한창 무좀으로 고생할 때 경험했던 비슷한 증상, 바로 무좀이 재발한 것이었습니다. 3년 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불현 듯 찾아온 불청객, 초기부터 잠재워야겠다 싶은 마음에 약국으로 달려가 부산을 떨어보지만, 그동안 사라진 줄 알았던 무좀이 재발했다는 사실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며칠 전 동네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꺼림직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몸에 통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다니던 병원인데, 한동안 가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찾아간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몇 분 뒤, 나이 지긋하신 남자 환자가 들어오더니 접수를 마치고는 내 옆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그 남자의 행동이 시선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실내화를 벗더니만 발을 무릎위로 꼬아 올리고는 발가락 사이를 손으로 긁적긁적, 무좀이었습니다. 그 남자 발의 상태를 슬쩍 곁눈질로 살펴보니 무좀의 상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남의 눈도 의식치 않고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다름 아닌 그 다음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게 긁적이던 발을 그대로 실내화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의 현관에는 환자들이 출입하면서 신으라고 마련된 실내화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실내화의 재질이 천으로 되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얼핏 봐도 병균이 서식하기에 그보다 좋은 환경은 없을 듯합니다. 그 실내화에 무좀균이 득실대는 발을 그대로 집어넣는 것을 눈으로 봤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이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무심코 신었던 실내화. 그로부터 얼마 후 3년 동안 얼씬도 않았던 무좀이 재발했으니 당연히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불을 보듯 뻔 한 상황이었습니다.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이 실내화 자주 세탁하나요?"
"실내화 세탁을 왜 해요?"
"......;;"
병원에는 십 수 켤레의 실내화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천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나마 일부는 비닐재질입니다. 아무리 비닐재질이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실내화에는 당연히 병균이 득실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의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준비한 실내화. 가급적 자주 세탁을 하던지, 세탁하는 게 어렵다면 병균이 덜 서식할 것 같은 비닐재질의 실내화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 마저도 귀찮다면 차라리 실내화를 모두 걷어치우고 맨발로 다니는 것이 훨씬 청결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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