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하고 싶으면 마누라도 모르게 해야
불과 1km의 반경 안에 1만여 명의 인구가 밀집되어 살고 있는 저희 동네에는 요즘 들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음식점인데요, 다양한 종류 그리고 톡톡 튀는 자기들만의 개성을 갖고 문을 열고 있고, 이러한 음식점들은 매일같이 초만원을 이루기도 합니다.
예전에 비해 외식을 즐기는 가정들이 많이 늘었고 특히나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그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비록 우후죽순처럼 문을 여는 음식점들이지만 이들이 성황을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무엇보다도 음식점들이 노리는 타킷은 지역 주민들입니다. 맛있다고 소문만 났다하면 단 하루 만에라도 1만여 인구가 밀집된 곳에 순식간에 전파가 되기 때문에 매일같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며칠 전 가족들과 동네에 있는 음식점에 외식을 하러 가던 때입니다. 물론 처음 가는 음식점이었고, 음식점 입구에 화환이 가득한 것으로 봐서는 이곳도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음식점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음식점과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모 음식점의 상황이 눈에 밟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스쳐지나가면서 슬쩍 음식점의 홀 안을 살펴보니, 단 한사람의 손님도 보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음식점은 이곳 도심지가 형성이 될 때와 같이하여 문을 연 음식점으로 초창기부터 상당한 인기가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데로 현상을 유지하기 하였으나, 최근 들어 인근에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음식점들이 생겨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야. 어느 집에는 발 디딜 틈이 없고, 어느 집에는 파리가 날리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음식점을 향해 발길을 옮기던 중,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잘나갔던 음식점에 손님이 단 한사람도 없는 것을 보고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말을 들은 아내가 바로 반문을 한 것입니다.
"저 집..이제는 문닫아야할걸?"
"왜에~ 뭔 일 있었어?"
"음식 재활용한다고 동네에 소문이 다 났으니 이제 끝난 거지 뭐,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 문은 열고 있지만 손님들이 없네"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저녁을 먹으면서 그 음식점의 재활용에 대해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음식점의 주방에서 비밀리에 이뤄지는 재활용은 일반손님들이 눈치를 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자칫, 손님들에게 그 물증이 드러나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는 문을 닫는 것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음식점은 그중에 하나였나 봅니다. 문제는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이 문제였습니다. 음식점 대표와의 신의를 생각해서 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함구만 했다면 영원히 묻혀 질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이 직원의 입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소문이 소리 없이 퍼져나간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의 진상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으나, 때지도 않은 굴뚝에 연기나는법이 없듯이 사람들이 말하는 소문은 이렇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 또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이었는데, 이 직원은 정작 외식을 할 때에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일하는 식당을 이용한 적도 없고, 가족들의 그 이유에 대해 물으면 혼자만 알라고 하면서 자신이 일하는 음식점의 반찬 재활용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하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전해들은 직원의 가족들의 입이 가만히 일을 리가 없겠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조심스럽게 귀 띰을 해줬을 테니 말입니다. 결국 이러한 소문은 몇 해가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으며, 그 이유로 지금 이렇게 파리가 날리는 상황에 까지 몰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꼬리가 길면 반드시 잡힌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그토록 믿었던 직원의 입을 통한 소문으로 인해, 병이 들어가듯 야금야금 사세는 기울어 가고 있었으니, 이 음식점의 주방에서 음식들을 재활용하며 손님들에 대한 신의도 함께 썩어 들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 경우를 보니 재활용하고 싶으면 마누라도 모르게 해야 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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