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친구에게 맞고 들어왔습니다. 얼굴에 생채기까지 난 것을 보니 심하게 다퉜는가봅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맞고 들어온 아들을 눈앞에서 보는 아빠는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릅니다. 애써 겨우 냉정을 찾았지만 아내는 펄쩍 펄쩍 뛰고 난리가 났습니다.
절친한 친구에게 맞았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더더욱 황당합니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같이 오지 않고 먼저 왔다는 이유입니다. 아내가 "내 이 녀석을 가만두지 않는다."며 현관문을 나서는 걸 애써 말렸습니다. 잠시 후 냉정을 찾은 아내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맞고 가만 있었어?"
"응.........;;"
"가만히 맞고 있으면 어떡해..같이 때려야지...."
"옛날에 엄마가 맞고 오랬잖아..."
아내의 입을 가로막은 황당한 아들의 대답, 그랬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친구를 때리고 들어왔던 아들이 아내에게 혼쭐 난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의 엄마가 집으로 찾아와서는 난리를 피웠었고, 비록 많지 않은 금액이긴 하지만 치료비까지 물어주고는 가까스로 수습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때 아들이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애들이 커가면서 싸우는 과정이긴 하나, 남에게 화를 입혀, 모진 수난을 겪느니 차라리 당하는 입장이 되는 게 낫겠다 싶은 나머지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이기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맞고 들어올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또한 자기 자식이 남에게 맞고 들어오는 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마는 막상 이렇게 맞고 들어온 아들을 눈앞에서 보니, 사람 마음이란 게 전 같지 않더군요. 속상하기도 하고 은근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래저래 상반된 두 가지의 경우를 다 겪어보고 나니, 얘기 꺼내기가 아주 조심스러워집니다. 같은 남자인 아빠 입장에서 보면 친구에게 맞고 지내는 아들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한대를 맞았으면 두 대를 때리라고 가르치고픈 게 솔직한 심정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때리라고 가르친다면 자칫 폭력적으로 아들을 키우는 아빠라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창시절엔 누구라도 그렇지만 애들이 커가면서 싸우고 다투는 일 다반사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가 막힌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어느 한쪽은 불가피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때리는 게 좋은지, 맞는 게 좋은지, 과연 정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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