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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내에게 처음으로 사준 60만 원짜리 명품가방

by 광제 2011.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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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선물로 명품가방을 사줬더니


다른 여자 분들도 그런가요? 저희 아내, 가방에 무슨 한이 맺힌 사람 같습니다.

아내와 한 이불을 덥고 잔지도 벌써 만 13년이 되었네요. 부부지간이라지만 살다보면 선물할일이 참 자주생깁니다.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아내는 매번 가방을 얘기 하곤 합니다.

가방? 까짓 하나 사주지 뭐...그게 뭐 힘들다고...

아니..그냥가방 말고.....;;

이런..... 말 많고 탈 많은 명품가방을 말하는 겁니다.

저는 남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명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떤 메이커가 명품에 해당하는 것인지 조차 모르고 살았고 지금도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매스컴을 통해 간혹 흘러나오는 기사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처럼 한 달 벌고 한 달 먹고사는 월급쟁이들은 꿈도 꾸지 못할 어머 어마한 고가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지요.

솔직히 명품이라고 내세울 정도면 최소 수백만 원은 하는 줄 알았습니다.
때문에 아내가 가방 얘기를 꺼낼 때면, 심하지는 않지만 핀잔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짝퉁이 판치는 세상에서 명품 들고 다닌다고 해도 누가 알아줄 것도 아닌데, 정 갖고 싶다면 짝퉁이라고 하나 사주마 하곤 했었지요.

그런데 짝퉁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웬만한 가방 하나 살려면 20~30만원은 훌쩍 넘기네요. 도둑놈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에는 짝퉁가방 하나 조차도 여태 사주질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정 갖고 싶다면 사준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아내는 뭐가 그리 캥기는지 "됐다 그만.."하면서 포기하기 일쑤였지요. 아내 스스로도 우리 형편에 그런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떨떠름한 저의 표정을 보고 후환이 두려웠는지도 모르지요.

지난 연말에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전 사원에게 50만원의 격려금이 지급된 적이 있습니다. 아내에게 갖다 줬더니 하는 말..."이거 내가 맘대로 쓰면 안 돼?" 남자가 이럴 때 기분한번 내는 거지요. 지가 그걸 써봐야 어디다 쓰겠습니까. "그래 선물이다 니 맘대로 써라" 그랬더니 대뜸, 가방 사야지 그러네요. 명품가방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아일언중천금인데, 물릴 수는 없지요. 사라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50만원으로 무슨 가방을 산다고 저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방 매장을 같이 다녀오기로 하였지요.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곳이 바로 M매장이었습니다. 제품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니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가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싸더군요. 명품이면 무조건 수백만 원은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이곳..원래 가격이 이래? 이것도 명품이야? 궁금한 것을 꼬치꼬치 캐묻는 저에게 아내는 귓속말로 "명품 중에서는 가장 싼 명품이야..이정도면 하나 사도되겠지?" 그러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격려금에 십만 원 정도면 보태면 원하는 가방 하나 사겠더군요. 이정도면 기분 좋게 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 바뀌기 전에 사라고 했지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아내는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결국에는 그냥 가자며 손을 잡아끕니다. "왜 그래...안사?" "그냥 가자...더 생각해 보고 살려구..." 왜 갑자기 마음이 돌변한 것일까. 집으로 오면서 아내의 표정을 보니 비록 60만 원대의 싸구려 명품이지만 그거 하나 사는 것도 상당히 마음에 걸렸나봅니다. 이렇게 명품가방은 물 건너가는가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김없이 결혼기념일은 다가왔습니다. 1998년 1월 14일에 결혼식을 올렸으니 오늘이 바로 결혼 1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며칠 전에는 아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다가 은근슬쩍 물어봤습니다. 또 다시 가방 얘기가 나올까 했는데, 얼마 전의 일이 마음에 걸리는지 얘기를 꺼내질 못하더군요.

"가방 사줄까?"

"아니, 됐어..애들 데리고 근사한데 가서 밥이나 먹지 뭐.."

어제 저녁, 애들과 함께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의도적으로 다시 그 매장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당시 아내가 매장에서 가방을 들었다 놨다 했던 그 모습이 여전히 눈에 밟혔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월급쟁이로 살고 있지만 솔직히 그 정도 가방 하나 못 사주겠나 싶어 매장으로 간 것이지요.

바득바득 사지 않겠다는 아내, 반강제적으로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하늘은 저의 편이었네요. 매장 안에는 30%세일이라는 커다란 글씨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세일이라는 핑계를 곁들여 이번기회에 무조건 하나 고르라고 했지요. 이정도 했으면 아내도 못이기는 척은 해야 되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아내는 몇 번이고 쇼핑백 안을 수차례 살피는 눈치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도 흘러나오는지, 근래 들어 최고로 밝은 표정의 얼굴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을 모릅니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장농 깊숙이 넣어두는 아내, 쓰려고 산 것인데, 꺼내 놓을 것이지 뭐라 그리 귀한 것이라고 장롱 속에다가...

결혼 후 지금까지 변변한 선물하나 사주지 못했던 아내, 비록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다운 명품은 사주질 못했지만, 지금까지 제가 아내에게 선물한 것 중에는 가장 비싼 물건입니다. 이정도의 돈은 기분 좋게 써야 하는 것이 맞겠지요? 어제 밤에는 유난히 일찍 잠자리에 든 아내, 아내는 간밤에 명품가방을 어깨에 메고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꾸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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