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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수학 점수 35점 받아 왔던 초등생 딸애, 지금은

by 광제 201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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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받았던 딸애가 건네준 시험 성적표

정확히 1년 반이 지났네요. 지난해 7월에 35점짜리 수학 점수로 집안을 발칵 뒤 집어 놓았던 딸애의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성적표를 받아 든 아내는 실신 직전의 상태까지 갔었고, 아빠인 저 또한 약간의 충격은 받았지만 당사자인 딸애는 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고는 안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35점 딸의 성적,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다시보기>>

35점이라는 어이없는 점수를 받아 와 놓고도 '한 번의 실수'라며 엄마 앞에서 당당하게 큰소리를 치던 딸애, 하지만 일기에서 만큼은  자신이 받아온 점수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않았었습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자존심이 유난히 강한 애였기 때문입니다.

정말 실수였음을 말해주듯 두 번 다시는 그런 터무니없는 점수를 받아 온 적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뛰어난 성적을 받아온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대단하였습니다. 시험을 볼 때마다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큰소리를 뻥뻥치는 자신감만큼은 어딜 안가더군요.

그랬던 딸애가 얼마 전에 또 다시 시험을 치렀습니다. 이번에도 큰소리는 여전하더군요. 백점이 나올지도 모른다나? 하지만 딸애가 이럴 때마다 아빠인 저는 단 한 번도 비아냥 섞인 내색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분명히 백점이 나올 거라고 맞장구를 쳤고, 점수가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다음에 잘 보면 된다고 토닥여 줬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었군요. 밤늦은 시간 퇴근을 해서 보니 저의 책상위에 접혔던 자국이 뚜렸한 A4용지 한 장이 놓여 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얼마 전에 봤다는 제학력평가에 대한 시험 결과였습니다. 늘 염두에 뒀던 수학 점수를 보니 무려 98점이란 점수가 나온 것입니다. 국어점수는 만점을 받아냈더군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어떤 이는 뭐 이정도 갖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느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가 기분이 좋은 것 보다는 딸애가 자기의 자존심을 지켜냈고, 자신감을 찾았다는데서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본인은 얼마나 뿌듯할까요. 비록 시험을 치르고 나서 큰소리를 뻥뻥 쳤던 만점이라는 점수는 받아내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봅니다. 한 문제도 아닌, 반 문제를 틀려 받아낸 점수, 당당하게 아빠의 책상위에 올려놓은 채 깊은 밤에 빠져 있는 딸애의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편안해 보입니다.

35점을 받아 왔을 때도, 다른 애들보다 못한 평균이하의 점수를 받아왔을 때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때조차도 저는 언제나 애썼다고 꼭 껴안아 주는 게 전부였습니다. 앞서도 말한 자존심이 유난히 강한 딸애이기에 스스로 승부욕을 발휘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딸애 스스로 그것을 지켜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딸애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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