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그것도 한창 커가는 초등생 어린이라면 말할 나위조차도 없습니다.
얼마 전 일이었습니다.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가 던 중, 한 어린이가 경비아저씨에게 혼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소리는 들을 수 없어 사정은 알 수 없었으나 어린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려는 찰나, 가만 보니 어린이의 얼굴이 낯이 익습니다. 기억으로는 아파트의 공터에서 우리아들과 함께 공을 차며 놀기도 하며 인사도 곧잘 했던 애가 분명합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우고는 아저씨께 다가가 자조지종을 물었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글쎄, 남의 집 아파트의 유리창을 향해 돌을 던지다가 들킨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유리가 손상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였지만,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혼내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잔뜩 경직이 되어 있는 애를 보며, "이제 그만하면 알아들었을 것이며 제가 알고 있는 애니 제가 더 타이르겠다."고 하고는 애를 차에 태웠습니다. 최소한 돌을 던진 이유는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얘! 너...나 알지?"
얼마나 혼이 났으면 잔뜩 풀이 죽어 대답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입니다. 잘 안다는 뉘앙스입니다.
"진짜로 돌을 던졌니?"
마찬가지로 고개만 끄덕입니다.
"그러다 유리창이 깨지거나 누가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왜 그랬어?"
한참을 대답을 않고 있다가 수차례 물어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저 녀석이 남의 집에 산다고 나를 자꾸 놀려요..신경질 나서 그랬어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내용을 차근차근 더 듣고 나서야 전후 사정을 완전히 알 수가 있었는데, 공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만 보고는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애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근처의 이웃단지에 살고 있는 애였습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친구가 자기에게 임대아파트에 산다며 자꾸만 놀려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수를 할 요량으로 그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유리창을 향해 돌을 던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듣고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서로 이웃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두 곳, 모두 임대아파트로 지어진후 일정기간 임대 후 분양을 하는 서민주택으로, 다른 것이 있다면 한쪽은 아직 임대기간 중에 있고 한쪽은 기간이 종료되어 분양을 마친 상태라는 것입니다. 평수에서 조금 차이는 있지만 수준을 논할 가치도 없는 거기서 거기의 아파트입니다.
'보금자리는 어떻든 간에 모두에게 소중한 것이니 놀려서도 안 되고, 또한 놀린다고 해서 자꾸 신경을 쓰면 계속 놀리게 되니 앞으로는 대꾸조차도 하지 말라.'고 잘 타이른 후 집 앞에 내려주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걸립니다.
우선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이렇게 만든 것일까요. 몇 년 전에 형성된 시내의 모 시가지에는 명품아파트와 싸구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애들끼리 파벌이 조성되어 있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적이 있습니다.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반 친구들끼리 조차도 서로 경계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지요.
순진한 어린이들이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부분은 결코 아닐 겁니다. 어른들 사이에서도 '누구 네는 몇 평에 살고 있네', '누구 네는 집사서 이사 가네', 하면서 툭툭 내 뱉은 말들로 인해 어느덧 명품아파트와 넓은 아파트들이 생활수준을 넘어 상대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까지 애들 사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임대아파트에 산다면서 놀려댄 친구가 얼마나 미웠으면 그 친구의 집을 향해 분노의 돌팔매를 던졌을까요. 애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모두가 명품을 두르고, 좋은 집에 호의호식을 하며 살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주변에는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면 살아가는 이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는 어린 마음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다시는 어린 동심이 남의 집을 향해 돌을 던지는 황당한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세상과 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고보면 쉬운, 불량화장지에 담긴 비밀 (37) | 2011.03.05 |
---|---|
황당한 상술에 두 눈 뜨고 거지될 뻔한 사연 (67) | 2011.03.03 |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는 여학생, 어떡하나 (68) | 2011.02.22 |
무료 슬롯 사이트도의 이색 명소(?), 자살바위를 아시나요? (46) | 2011.02.11 |
눈앞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애정행각, 불편한 이유 (81) | 2011.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