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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선거 출마한 아들, 다른 후보 찍은 황당한 이유

by 광제 201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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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선거에 출마했는데, 불과 두 표 차이로 낙선을 했다면 얼마나 아까울까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제 아들 녀석의 일이라서 아주 속이 뒤집어 집니다.
황당한 낙선의 변을 듣고 나서 밤잠을 설쳤던 지난해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 또다시 반복되고 말았습니다. 누굴 닮아 미련 곰탱이 같을까요.


신학기를 맞은 초등학교.
해마다 이맘때면 학급을 이끌어갈 반장선거를 대대적으로 치릅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선거라는 제도가 없었고, 리더십이 강하고 공부를 좀 한다는 애를 담임선생님이 지정하면 일 년 동안 반장으로서 학급을 이끌어 가곤했었는데, 요즘은 철저하게 민주적인 방법으로 반장을 선출하더군요.


올해 6학년이 된 제 아들은 부반장 선거에 출마를 하여 29표 득표 끝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2위가 3표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되었습니다.
자신도 후보이면서 다른 후보를 찍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반장선거에서 두 표 차이로 낙선을 하고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온 아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대뜸 한다는 소리가 "나는 아깝게 떨어졌지만, 내가 찍은 친구가 당선이 되어서 기분이 좋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자신을 찍어야지, 왜 남을 찍는단 말입니까.
당시에는 정말 기가차서 말이 나오질 않았답니다. 담부턴 그러지 말라고도 하였지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29표를 얻어 부반장에 선출이 되었다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아들, 지난해의 일이 떠올라, 이번에는 제대로 찍었냐고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입니다. 다른 친구를 찍었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황당합니다.


학급의 임원이 되고 나면 친구들이 나를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찍은 표로 당선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덧붙여, '내가 나를 찍는 것은 왠지 도둑질하는 기분'이라더군요.
어쩌다 애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우선은 당선이 되어서 다행이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입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갖고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세상은 초등학교 때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내버려 두진 않을 듯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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