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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어른인 나를 놀라게 했던 다섯 살 꼬마의 작은 행동

by 광제 201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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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어른스러운 다섯 살 꼬마의 작은 행동

동네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모녀지간인 게 분명해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의 뒤를 따라 마트 정문을 나서고 있더군요. 여자아이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습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딸애의 성화에 못 이겨 빙과류를 사준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지극히 평범하고 다정해 보이는 모녀지간, 별다른 의식 없이 계산을 마친 물건을 들고 차에 오르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귓전을 때리는 고함소리와 함께 심한 마찰음이 동시에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안 버려!!"

"더럽게 떨어진 걸 주우면 어떡해, 당장 버려!"

조금 전에 마트를 나섰던 바로 그 모녀입니다. 그 짧은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어린 딸애를 다그치는 것일까요 시동 거는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무슨 일인지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 ↓ ↓ ↓ ↓ 콕~! 누르시고 보시지요.


엄마의 호통소리에 울먹거리는 아이의 발아래에는 조금 전까지 손에 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아이스크림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면서 아이의 손목을 내려치는 바람에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이 어떻게 해서 아이의 손에서 길바닥으로 떨어졌는지에 대해선 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아이가 떨어진 걸 다시 주우려고 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돈 주고 구입한 아이스크림을 버리게 된 사실, 그리고 다시 마트로 들어가 똑 같은 걸 다시 사와야 하는 상황,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린 엄마가 아이의 행동을 보고 작은 폭력(?)까지 행사하지 않았을까 짐작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 쓰는 이유는 이후에 벌어진 아이의 조그마한 행동 때문입니다.

아이의 손목을 내리쳐 울음을 터트리게 되자 엄마로서는 괜히 안쓰러웠나봅니다. 새것으로 사주려는 것이겠지요. 도로 마트 안으로 발길을 옮기는 엄마, 그리고 엄마의 뒤를 따라 마트로 들어가는 아이, 그런데 마트 안으로 들어가던 아이가 갑자기 돌아서서 달려오더니 조금 전에 떨어뜨렸던 아이스크림을 집어 드는 것이었습니다.

설마 다시 먹으려는 것일까. 생각하는 순간, 집어든 아이스크림을 마트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것이었습니다. 입에 대지도 못한 커다란 아이스크림이 봉지 째 길바닥에 떨어져 있어 누가 밟기라도 하면 어쩌나 생각하는 순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손에 들고 먹던 것이 순간적으로 떨어지게 되면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집어 들게 됩니다. 조금 전 상황에서 아이가 무슨 이유로 떨어진 걸 굳이 집어 들어 엄마에게 야단을 맞았는지 모르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땅바닥에 떨어진 걸 다시 먹일 수는 없어서 그랬을 테지요.

엄마의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쓰레기통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곁에 있었는데, 이왕이면 엄마가 직접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성인인 엄마보다도 더욱 어른스러워 보였던 광경이었습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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