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아내의 능력, 직접 겪어보니
-슈퍼우먼 같은 아내의 능력, 놀랍고 황당하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괴력을 소유한 것 같습니다. 모든 여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저의 아내는 그렇습니다. 괴력이라 하여 파워를 지녔다는 말은 아니구요, 컴퓨터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아내를 직접 눈앞에서 겪었던 일을 소개할까합니다.
지난 목요일은 어머니 기일이었습니다. 기일이 다가오면 아내는 몇 일전부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제사음식을 준비하는데, 누가 도와줄 건지, 어떤 음식에 어떤 재료를 준비하여 상을 차릴 건지 시누이와 동서에게 여러 가지를 의논하기도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가족들로는 시누이 셋, 그리고 아랫동서가 한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일에는 아무도 도와줄 형편이 되질 않습니다. 셋씩이나 있는 시누이들은 언제나 바쁘다며 도와준 적이 없지만, 동서는 기일 때마다 언제나 빠짐없이 거들어 주곤 하였는데, 빠듯한 가정형편으로 언제부터인가 일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기에 하는 수 없이 그 많은 일을 아내 혼자서 해야 할 처지에 몰린 것입니다.
"회사에 얘기해서 일일 휴가를 받아서 좀 거들어 주면 안돼?"라며 혼자서 제사음식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며 난처해진 상황을 얘기하는 아내, 기일 때마다 늘 불만인 것이 시간을 조금씩 쪼개서 도와주면 한결 수월할 텐데,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뒤로 빠지는 가족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가서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쨌거나 아내혼자 힘든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었기에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회사가 바빠서 하루를 뺄 수는 없고 일단 출근해서 조퇴를 하고 나오마."하고는 간신히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니 이미 집안에는 구수한 냄새가 가득, 벌써 음식준비를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숨가쁘게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아내의 모습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는 달려들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릴 적에는 기일 때만 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음식을 같이 준비하고 자식들이 가끔씩 거들어 주곤 하였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농사를 짓던 옛날과 다르게 몸을 담고 있는 회사의 눈치도 봐야 하기에 늘 시간을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아주 가끔씩 고기를 썰고, 산적을 꿰는 일을 도와주곤 하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거들어 주는 자리입니다.
"좀 천천히 하지, 무슨 일을 이렇게 잔뜩 벌여 놓았어?" 도저히 혼자의 몸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일거리를 바닥에 벌여놓고 있었기에 좀 느긋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말 한마디 건네고는 팔을 걷어 올렸습니다. 우선은 아내의 지시(?)에 의해 산적용 고기를 뒤집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내가 하는 일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황당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벌여 놓은 음식의 종류만도 무려 네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아내의 앞에는 동태전이 부쳐지고 있었고, 제 앞에는 산적용 고기, 그리고 가스렌지 위에는 나물이 삶아지고 있었으며, 가스렌지 밑에 달린 오븐 속에서는 생선이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광경을 목격했는데요, 아내는 네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요리의 진행정도를 속속들이 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앞 후래이팬 위에서 익어가는 동태전 살피기도 버거운데, 나머지 세 곳에서 익어가는 요리들에 대해 정확하게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익었으니 꺼내야겠네."
"오븐 속에 생선 뒤집어줘."
"냄비에 불 좀 약하게 내려줘." 등 모든 것이 아내의 명확한 진두지휘(?)하에 이뤄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세상에, 한두 개도 아니고 네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동시에 속속들이 파악한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음식이 잘못되는 경우는 더욱 더 없습니다. 마치 컴퓨터에 의해 로봇이 움직이듯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거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점심조차도 거르면서 요리에 집중했었습니다. 일을 마무리하다 보니 배에서 꼬르륵~ 밥 달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내의 등짝은 흥건하게 땀에 젖어있습니다. 아내는 이제야 긴 한숨을 들이쉬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냉수를 한 사발 들이킵니다. 곁눈질로 슬쩍 보니 여간 힘들어 보이는 게 아닙니다. "이제 다 됐네, 좀 쉬어!"라는 말에 아내는 "쉴 새가 어딨어? 이제 갱(국)거리 준비해야지."
저는 아내가 슈퍼우먼이 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몸이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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