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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직접 먹어보고 반해 버린 돌산갓김치

by 광제 2009.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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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이 처음 먹어보고 뻑 간 돌산갓김치


-입맛 없는 사람에게 최고의 반찬-

일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신명나게 울려 퍼집니다. 하지만 전화도 받지 못할 정도로 바쁜  하루였습니다. 발신자를 보니 모르는 번호, 무려 세 번에 걸쳐 울렸는데, 못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배 아저씨의 전화였습니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집으로 전화를 해 보니 택배아저씨가 왕짜증을 내면서 물건을 내려놓고 갔답니다. 하긴 세 번씩이나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물건 올게 없는데 뭐가 왔지?' 아내에게 무슨 물건이 왔냐고 물어보니 '갓김치'랍니다. 그때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여수에서 '알콩달콩 섬 이야기'들려주시는 임현철님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던 갓김치였습니다. 처음에 임현철님께서 갓김치를 보내준다고 하기에 극구 말렸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지만 제가 갓김치는 별로 좋아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갓김치를 한번 먹었다가 코를 잡고 뒹굴었던 기억이 있어 식탁에 가끔 올라와도 젓가락이 잘 가지 않았던 음식이 바로 갓김치였기 때문입니다.


곱게 포장되어 바다건너 온 여수 특산 돌산갓김치 

"일단 한번 잡숴봐~!" 라며 멀리 여수에서 바다 건너 온 갓김치, 정성스럽게 아이스박스에 담겨있습니다. '제 까짓게 맛있어봐야 배추김치만 할까? 또 예전처럼 톡 쏘아, 먹지 못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습니다. 박스 안에는 비닐에 진공 포장 된 갓김치가 세 봉지나 들어 있습니다. 가만 보니 김치를 담근 시기가 각기 달랐습니다. 2개월이 지난 것, 1개월이 지난 것, 그리고 생김치... '근데 왜 이렇게 구분지어 놨지?' 김치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알 리가 없습니다. 아내를 불렀습니다.


-돌산갓김치는 숙성시켜야 제 맛-

"익은 김치는 찌개용인가?" 잘 몰랐던 갓김치, 갓김치는 숙성시킨 것이 더 맛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내는 가위를 꺼내 싹둑 잘라서 입에 넣어 보더니, "와~~맛있네!" 를 연발합니다. "정말 맛있어?" 일단 정리를 하고 나서 먹어보자고 한 뒤 용기를 꺼내왔는데, 종류별로 보관해야 하니 세 개가 필요합니다. 한 방울의 국물도 남기지 않고 짜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도 가위로 조금 잘라서 입에 넣어 봤습니다.


용기를 꺼내 종류별로 담아 넣는 모습 

흠....쩝~~...톡 쏘는 맛이 강할 것 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 번 더 잘라 넣었습니다. 진하지도 않은 갓의 향기가 은은하게 입안에 맴 돕니다. 벌건 색이 맵게 보이지만 그리 맵지도 않습니다. 뭐랄까 입안에 촥 감기는 맛입니다. 먹고 나니 자꾸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접시를 꺼내 두어 포기 덜어냈습니다. 아내에게 밥도 한 공기 퍼달라고 하고선 말입니다. 이미 저녁을 먹을 상태였지만 입안에 고이는 침은 도대체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갓김치의 잎을 넓게 펴서 밥을 감싸서 입에 넣으니 이것 참.. 다른 반찬이 필요 없겠습니다. 밥 한공기가 이내 비워져 버렸습니다. 방에서 숙제를 하던 딸애가 조르르 달려 나옵니다. "아빠 뭐 먹어?" 자기도 한입 넣어 달랍니다. "매울 텐데..먹을 수 있겠어?" 조금 잘라서 먹어보더니 애들도 입맛은 어쩌질 못하나봅니다. 잠시 후 입맛을 다시더니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아빠! 한 입 더!" 딸애는 결국 접시에 남아있던 갓김치를 모두 비우고 말았습니다.


갓김치는 이렇게 밥에 싸먹어야 제맛

자리를 차지하여 갓김치를 시식하는 딸

냉장고에 종류별로 집어넣은 갓김치통, 보기만해도 배가 부를 듯

-갓의 효능을 알고 보니, 입맛 돋우는 데는 최고!-

'갓' 을 한자로 이르기를 개채(芥菜) 또는 신채(辛菜) 라고 불리었는데, 여기서 개채란 뜻은 '씨는 겨자와 비슷하나 매운맛이 적다.' 라는 뜻이고 신채의 신은 맵다는 뜻이 들어 있으므로 풀이하면 '매운나물'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갓의 효능에 대해선 이미 예로부터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식욕을 돋우는 데는 최고라는 사실을 '동의보감'에서 알려줍니다. 동의보감에서는 구규. 즉, 사람의 몸에 있는 아홉 개의 구멍을 통하게 한다고 했으며, '본초강목' 에서는 '가슴을 이롭게 하고 식욕을 돋게 한다.'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갓에 함유되어 있는 가장 좋은 성분은 바로 '엽산'입니다. 엽산에는 우리 몸에 유익한 세 가지의 예방효과가 들어 있는데, 빈혈예방, 뇌졸중예방, 암 예방입니다. 특히 엽산은 태아를 비롯한 아이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엽산은 단백질과 핵산의 합성에 의해 작용하여 성장기 발육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라는데요,  세포분열이 많이 일어나 엽산이 부족하기 쉬운 시기인 유아기, 성장기, 임신기, 수유기에 많이 섭취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엽산에 결핍되기 쉬워 충분한 양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남도 여수의 특산물, 돌산갓김치-

임현철님께서  그렇게 맛있다고 칭찬을 하더니 과연 그럴 만도 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갓김치는 여수 돌산지역의 특산품이었더군요. 잘 아시는 교수님이 여수에서 갓김치에 연구하신다는 '청미래 식품'에서 보내온 것인데, 지금까지 갓김치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하긴 본고장의 진짜 갓김치는 처음 먹어 봤으니 할 말 다했습니다. 맛있게 먹겠다는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교수님과 청미래 식품에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돌산지역의 갓이 맛이 있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갓은 비교적 일조량이 적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야 좋은 품질의 갓이 생산되는데, 전남여수지역이 가장 잘 맞는 기후에 속한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생산되는 갓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농약으로 재배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전라도 특유의 맛깔스러운 요리솜씨로 김치를 담갔으니 그 맛에 반하지 않을 장사가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지금 입맛이 없어 고생하시는 분, 돌산 갓김치 하나면 바로 해결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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