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위험에 노출됐던 청소원들
-마치 곡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짧은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토요일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 산간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 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날씨였습니다. 차량들이 오가는 길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띠었는데, 가만 보니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손들이었습니다. 쓰레기 수거차량 대부분은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에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웬일인지 낮에도 수거를 하고 있는 모습. 그것도 마침 설 연휴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쓰레기를 수거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아저씨 한분이 길가에 놓여진 쓰레기를 몇 번에 걸쳐 차량에 싣고는 차량 꽁무니에 매달리더니 그대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금방 내리겠지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차량은 골목에서 빠져나온 후 왕복 6차선의 대 도로를 사람이 매달린 채로 그대로 질주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 우의를 걸치긴 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 아무소용이 없었는데 마치 곡예를 보는듯합니다.
비바람을 동반한 한파의 날씨에 불안한 자세로 매달린 채 비에 젖은 노면을 달리는 차량을 보니 순간적으로 아찔합니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처구니없는 인사사고로 이어질게 뻔합니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 올라서 있은 부분은 겨우 발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데도 불구하고 곡예 하듯 매달려 있습니다. 매달려 있는 사람은 젊은 사람에 비해 운동신경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나이든 아저씨입니다.
악천후의 날씨 그리고 설 연휴에 아랑곳 않고 이렇게 아찔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쓰레기 민원을 최소화 한다는 행정 기관의 방침 때문입니다. 쓰레기를 배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공휴일. 하지만 이번 설 연휴는 공휴일과 겹치는 바람에 시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설 연휴에도 쓰레기를 배출토록 했으며 수거 차량과 청소인력 또한 3일의 연휴기간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쓰레기 수거에 매달린 것이었습니다.
민족의 대 명절인 설날인데도 쉬지도 못한 채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조차도 안쓰러운데, 아찔하게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광경을 보니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청소차량의 꽁무니에 매달린 채 이동하는 모습은 이제 너무 흔하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입니다. 불과 수 미터를 이동하면서 까지도 안전하게 좌석에서 오르내린다는 것은 오히려 더 불편함만 가중되기 때문에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청소차량을 운전사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차량의 뒤쪽에 좌석을 설치하는 것 또한 차량 특성상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꽁무니에 태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오르내림이 잦은 주택가나 골목도 아니고 대 도로에서 이동을 하면서 까지 꽁무니에 매달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청소는 주로 하청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일선에서 정년을 마친 고령의 인력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위험에 대처하는 운동신경이 젊은 사람에 비해 떨어져 만에 하나 사고로 이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더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설마 하다가 일을 치른 후에야 뒤늦은 대책을 세우는 것. 어제 오늘에만 봐온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염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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