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동네에 새로운 음식점이 생기면 기어코 다녀오고야 마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마 블로그에 맛집 후기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부터인 것 같습니다. 음식점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는 주관적이다 보니 리뷰를 아무리 잘 쓰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보여 집니다. 하지만 최선의 객관적 판단을 염두에 두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에도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하나 개업을 하였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개업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한참이 지나서야 눈에 띤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 한번 가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며칠 전 시간을 내어 아내와 함께 그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물론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챙겨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음식점 안에는 단 한 팀만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음식점의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아주머니 두 분이 분주하게 테이블에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 눈에 봐도 예약손님을 받을 준비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지금 식사하시려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이건 뭔 소리입니까, 아무리 예약손님이 중요하고 손이 모자라다 고는 하지만 기분 좋게 식사를 하려고 들어서는 손님에게 겨우 한다는 소리가 이 정도라니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데요?"
"한 30분은 기다려야 합니다. 아니 더 기다려야 할지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의 손을 이끌고는 음식점문을 나서고 말았습니다. 투박하게 내뱉는 말투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손님을 받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가 풍겼기 때문입니다.
"아직 손님도 오지 않았는데, 잠깐 먼저 차려줘도 되겠구만.."
문을 나서며 투덜대는 아내를 보고는 이제 개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음식점이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음식점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기에 섵 부른 오해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음식점에 들어갈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옆집에 아저씨가 문을 나서는 우리를 보고는 대뜸 말을 건넵니다.
"쫓겨나셨죠?"
"오잉..어찌 아셨어요?"
"저 집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 그래요? 자꾸 이럽니까?"
"맛도 없어요. 다음부터는 오지 마세요."
아니 세상에 얼마나 지독하게 당했으면 옆집에서 가게를 하는 아저씨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단 말입니까. 더군다나 손님을 문전박대 하여 내몬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 것으로 보여 더더욱 황당합니다. 아저씨 말마따나 맛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요즘 들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맛집 경쟁을 하며 이에 따르는 서비스와 맛 개선에 무던한 노력을 하는 음식점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아니면 옆집 아저씨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모르는 그 음식점만의 독특한 장사비법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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