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사
간호사를 부르는 환자들의 천차만별 유형
by 광제
2010. 11. 20.
다른 건 몰라도 병원을 단골로 두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저의 동네에 아주(?)자주 가는 의원이 있습니다. 동네에서 소문난 의원인데요, 가족들이 아플 때마다 찾다보니 이제는 아주 옆집 드나들 듯 편하게 다니고 있습지요. 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대부분 동네에 거주하는 분들입니다.
며칠 전, 어깨가 좋질 않아 이 단골의원의 물리치료실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동네의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물리치료실에는 올 때마다 언제나 생기(?)가 넘칩니다. 병원의 물리치료실에 웬 생기냐구요? 말이 병원이지 치료실내의 분위기가 정말 장난 아니게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 간호사나 어르신들이 오고가는 대화내용을 보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습니다.
병상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 치료실내에서 오고가는 대화내용을 듣던 중 참으로 재밌는 사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간호사를 부르는 호칭인데요, 아무래도 동네의 어르신들이다 보니 정말 다양한 호칭들이 쏟아집니다. 더더욱 재밌는 사실은 제대로 된 호칭인 '간호사'라고 불러주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마침, 잘 아는 간호사가 근처에 있기에 잠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호칭에 관련된 내용이지요. 하루에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호칭, 가장 많이 듣는 호칭은 무엇이며, 또한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호칭과 가장 짜증나는 호칭은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가장 흔하고 무덤덤한 호칭, "저기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야 대놓고 반말로 부르기도 하지만 조금 어정쩡한 나이대의 환자라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저기요~" 또는 "저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군요. 워낙에 많이 듣는 호칭이다 보니 잘못된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그냥 무덤덤하게 대답하게 된다는 군요. 중년층, 또는 남자 분들이 많이 부른다고 합니다.
친근한 것 같지만 아주 난감한 호칭, "언니~"
여자환자들이 많이 부른답니다. 그런데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조차 죄다 언니라고 부릅니다. 심지어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간호사에게까지 언니라고 부르는데, 누가 보면 정말 나이든 간호사인줄 알겠네요, 간호사도 여자랍니다. 한 살이라도 어려보이는 게 좋답니다. "언니"라고 부를 거면 차라리 "저기요~"라고 불러주시길..
가장 존경스러운 환자가 부르는 호칭, "간호사선생님~"
아주 간혹 이런 환자를 볼 수 있답니다. 정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고맙기도 하고 때론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까지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런 환자에게는 특별히 더 애정이 간다는 군요. 간호사선생님 다음으로 맘에 드는 호칭이 바로 "간호사님~"인데요, 가장 부담도 없고 듣기 편한 호칭이라고 합니다.
뉘 집 강아지 부르는 듯한 호칭, "야~", "야야~", "애기야~"
당신 손주에게도 이렇게 부를까요? 할아버지들의 대부분은 "야~"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연세가 지긋하셔서 그냥 넘어가지만, 정말 황당한 호칭이지요. 또한 할머니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호칭으로는 "야야~", 가 있는데요,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대답을 늦게 한다거나 하면 "야가 사람 죽어 가는데, 귀가 먹었냐?"고 다그치기도 한답니다. 이밖에도 "애기야~" 정도는 애교로 봐주기도 한답니다.
은근 기분 나쁜 호칭, "아가씨~", "아줌마~"
그나마 간호사아가씨라고 불러주면 다행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서나 아주 쉽게 들을 수 있는 호칭인 "아가씨~", 정말 듣기 싫은 호칭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아가씨 보다는 차라리 아줌마라고 불러주는 게 낫다고 하네요. 아마 아가씨에 대한 어감 때문으로 보여 집니다.
아플 때 마다 찾아가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하는 간호사, 이왕이면 기분 좋은 호칭을 사용하여 보다 애정이 담긴 치료를 요구하는 것은 어떨 런지요. 참고로 '간호사'라는 명칭은 간호의 전문성과 위상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고자 한 자의식에서 비롯한 나머지 간호계에서는 80년대부터 꾸준히 정부에 건의하여 1987년, '간호원'이란 명칭을 '간호사'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공포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