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다툼을 보고 더욱 그리워진 재래시장
대형마트 또는 재래시장에 가면 가장 입맛을 돋우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반찬코너입니다. 빛깔만 봐도 군침이 넘어가는 수십 개의 다양한 반찬들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는데요, 저도 가끔은 반찬코너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는 사들고 오는 편입니다. 보통은 젓갈류를 많이 찾게 되더군요.
그런데 반찬코너를 이용하다 보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다른 점이 하나있더군요. 민감해질 수에 없는 가격에 관한 점인데요, 재래시장에서는 얼마치를 달라고 하면 대략 집어서 비닐봉지에 넣습니다. 그리곤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아보지만, 이건 대부분 형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정량을 넘기더라도 애초의 받기로 한 금액보다 더 받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구수한 인심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다릅니다. 철저하게 질량으로 계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개 얼마치를 달라고 하면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비닐봉지에 넣어주고 저울로 무게를 달아보는 것 까진 같습니다. 하지만 가격표를 붙이는 과정에선 전혀 다른 점을 발견할 수가 있죠. 질량에 따른 금액이 자동 계산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단위까지 계산이 되어 가격표가 붙여집니다. 때문에 소비자가 원했던 정확한 금액이 나온다는 건 애초부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 시내의 모 대형마트에서 반찬을 구입하던 한 소비자와 반찬코너에 근무하는 마트 직원 간에 때 아닌 실랑이가 있었는데,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시선이 한곳으로 몰릴 정도로 꽤 시끄러운 고성이 오고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여 옆으로 다가가 봤는데 알고 보니 바로 위에서 말한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5천원어치 달라고 하였지 이렇게 많이 달라고 했어요?"
"다시 넣어주면 되잖아요, 별것도 아닌 것 같고 화를 내시네?"
"화 안내게 됐어요? 물어보고 가격표를 붙여야지요!"
문제의 반찬은 이미 이용객의 카트 안에 던져져 있는 상태입니다. 가만 보니 창란젓을 구입하셨네요. 두 사람 간에 오고가는 내용을 잠깐 들어보니, 창란젓 5천원어치를 주문한 손님, 하지만 마트직원은 5천원보다 훌쩍 넘긴 6천6백여 원어치의 반찬을 포장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과하게 넣었다면 조금 덜어내거나, 아니면 이용객에게 의향을 물어봤으면 아무문제도 없었을 것을, 아무런 말도 없이 카트 안으로 던져 넣은 것이 화근이었나 봅니다. 바가지를 씌운다는 느낌이 강한 나머지 이용객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지요.
이용객이 발끈하는 상황이었다면 직원이라도 이성을 찾아 그냥 공손하게 반찬을 덜어주거나 했으면 좋았을 것을 투박하게 짜증을 내면서 눈을 흘겼나 봅니다. 뭐 저 같으면 원했던 양보다 조금 더 들었다 하더라도 그냥 구입하고 말겠는데, 사람들이 모두 생각처럼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이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마트 직원이 의도적으로 많은 양을 포장한 것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결국, 이용객은 반찬이 카트에 놓여있는 채로 그대로 두고는 마트를 나가버리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별일도 아닌 것 같고, 서로 배려를 해주고 조금씩 이성을 찾는다며 아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두 사람 모두 그 조그마한 배려를 상대방에게만 바랬었나 봅니다. 한편으론 미미한 금액의 차이로 인해 왈가왈부 하는 요즘의 마트보다는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덥석덥석 넣어주는 재래시장의 구수한 인심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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